미국

미국조차 우리같지는 않습니다

미국의 포경수술

미국의 포경수술은 여러 가지 면에서 우리에게 중대한 의미를 지닌다. 미국 포경수술의 “돌연변이 변종”이 바로 우리 포경수술인 것이며 따라서 미국의 포경수술 역사를 알지 못하면 우리의 역사를 알 수 없다. 게다가 미국의 포경수술은 다른 영어 문화권, 즉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에 한때나마 포경수술이 널리 퍼지는 데 직간접적인 영향을 주었다는 점에서도 자세히 살펴볼 의미가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미국의 포경수술은 자위행위를 없앨 수 있다는 믿음에서 비롯되었다고 보면 된다.

미국의 포경수술이 메이 플라우어와 함께 온 것은 아니다. 따라서 조지 와싱턴, 벤자민 프랭크린, 토마스 제퍼슨, 아브라함 링컨 등은 당연히 포경수술을 하지 않았다. 유럽은 영국을 제외하면 포경수술을 행하지 않았고 영국의 포경수술도 미국의 영향을 받았던 것을 생각하면 당연한 결론인 것이다.

그럼 미국의 포경수술은 언제 시작되었을까? 미국은 지금까지도 사회보장이 잘된 유럽 국가들과는 달리 전 국가적 보건자료를 가지고 있지 않다. 어떤 나라도 통계 자료를 잘 가지고 있지 않던 1세기 전에는 말할 것도 없다. 따라서 미국의 포경수술이 정확히 언제 시작되었는지는 그리 쉬운 문제는 아니다. 미국 포경수술 역사의 권위자인 Wallerstein과 Patel은 미국 포경수술의 시작을 1870년경으로 보고 있다. 그 전에는 어떤 국가에서도 비종교적인 “의학적” 포경수술은 존재하지 않았다. 1870년 당시 미국의 포경수술 비율은 5% 미만이었다.  그러다가 20세기에 초에 포경수술의 비율은 상당히 빨리 높아지게 된다.

미국 포경수술의 비율이 무시하지 못할 정도로 된 것이 1870년대이고 이 시점을 미국 포경수술의 시작이라고 본다면 우리는 19세기 전반에 걸친 미국의 의학 전반을 조명해 볼 필요가 있다. 19세기 초반에는 미국, 유럽에서도 병의 원인에 대한 인식이 거의 없었다고 보아도 된다. 전염병들이 자주 돌아 많은 사람을 사망케 하였으며 이러한 전염병이 세균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도 전혀 알려져 있지 않았다.

미국과 유럽의 의학 수준은 약초, 인위적인 출혈 등에 국한되어 있었으며 모든 수술이 그 위험성, 고통, 세균 감염, 사망률에 있어서 일반인뿐만 아니라 의료계에도 공포의 대상이었다. 아직까지도 모든 병이 한 개의 원인에 의하여 생긴다는 이론이 상당히 신빙성 있게 받아들여졌으며 그 원인 중 많은 사람들이 믿었던 것 하나는 “심한 정력 낭비”였었다.

예를 들어, 19세기의 유명한 미국 의사 Benjamin Rush는 섹스를 너무 좋아하면 다음과 같은 여러 가지 병에 걸린다고 주장했다: 만성 피로, 발기불능, 혈액 순환 악화, 기억 상실, 간질, 심지어 죽음.  Benjamin Rush의 이론은 Sylvester Graham으로 이어져서 Graham은 지나친 섹스는 위장, 피부, 심장, 두뇌, 등에 좋지 않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지나치게 섹스에 몰두하면 미칠 수도 있다고 경고하였다. 심지어 한번의 사정은 수십 그람의 피를 잃는 것과 같다는 등, 지금 보면 말도 안 되는 이론들이 창궐하였던 것이 19세기였다.

미국에서 가장 나쁘게 생각하였던 섹스 행위는 바로 자위행위였다. 여성은 말할 것도 없고 남성의 자위도 심각한 도덕적 범죄로 간주되었으며 확실하게 병을 유발한다고 믿어졌다. 예를 들어 자위는 정신병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다고 믿어졌으며 청소년기에 했던 자위 행위가 성년이 되어서도 죽을 때까지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했다. 1889년에 Joseph Jones라는 의사는 자위 행위는 유전적이라고까지 주장하였다.

자위행위에 대하여 가장 심하게 반기를 든 사람은 John Harvey Kellogg였다. 바로 아침 시리얼로 유명한 그 Kellogg다. 1882년 그는 자위 행위는 항문 섹스보다도 더 위험하다고 하면서 그 이유로 자위 행위는 끝없이 행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그는 자위 행위는 각종 요로염, 방광염, 전립선염, 치질, 수면 중의 식은땀 등을 초래한다고 주장하였다. Kellogg는 또한 자위 행위자의 38가지 특징”을 열거하기도 하였다. 몇 가지 예를 들면 “갑작스런 행동 변화, 불면증, 태도 불량, 좁은 어깨, 흡연, 여드름, 손톱 깨물기, 욕하기” 등이었다. 그러나 그런 “특징”은 대부분의 청소년들이 최소한 한 가지는 가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주장들은 거의 모든 부모들을 심각한 걱정에 빠지게 하는 데 충분한 역할을 하였다. 이러한 개념이 서구 사회 전반에 걸쳐 있었다고 보아도 된다.

자위 행위에 대한 두려움은 특히 상류사회에서 심했다. 그들은 인종적이나 진화적인 면에서 인디안, 황인종, 흑인종들에 비하여 자신들이 우월하다고 믿었으며 이러한 우월성을 유지하기 위한 관점에서는 자위 행위, 심한 섹스 등으로 인한 정력의 낭비는 매우 위험스런 것으로 보았다. 미국과 영국에서 특히 심하게 나타났던, 섹스에 대한 부정적인 이러한 태도는 빅토리아 여왕의 재위기간, 즉 1837-1901년과 일치했기 때문에 빅토리아니즘(Victorianism)이라고도 불리운다. 빅토리아 시대에 유행하였던 또 다른 이론 중 하나는 “섹스는 한 달에 한번이 좋다”라는 것이었는데 한발 더 나아가서 아이를 낳기 위하여서만 섹스를 하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부모가 섹스를 즐기면 그 아이는 저능아가 된다고까지 믿는 사람들도 많았다.

문제는 이렇게 심각한 “섹스와 자위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 하는 것이었다. Graham은 Graham 크래커와  Graham 밀가루로 빵을 만들어 먹으면 해결된다고 하였다. Kollogg는 자기가 만든 시리얼(cereal)을 먹으면 자위행위를 없앨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이러한 방법으로도 섹스와 자위를 멈출 수 없는 사람들에게는 “의학적 수술” 방법이 동원되었다. Bullough라는 사람에 따르면, 어떤 의사들은 포피를 가위로 갈기갈기 찢었으며 “성기에 손을 대지 못하게 하는 연고”를 바르기도 했다. 심지어 여성들의 허벅지에 인두를 지지기도 하였고 여성의 음핵을 잘라내기도 하였다. 심한 경우에는 자위를 없애기 위해서 성기를 잘라내는 경우도 있었으며 고환을 잘라서 아예 고자를 만드는 경우도 없지 않았다 한다. 재미있는 것은 미국의 특허청에서는 자위방지기구로 약 20개의 특허가 등록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자위 행위에 대한 심한 반감은 지금 우리의 지식을 가지고는 이해하기 어렵다. 그러나 그 당시 의학 수준을 이해하면 그리 놀라운 사실은 아니다. 다시 말하지만 수십, 수백 가지의 온갖 병들이 자위 행위와 연결되었던 것이다.

1876년에 Abraham Jacobi라는 유명한 소아과 의사는 수두를 자위와 연관지었다. 1883년에 다른 한 의사는 프랑스의 한 학회지에 자위가 중이염의 원인이라고 주장하였다. 미국에서 자위 행위는 심하게 말하면 “…흑사병, 천연두 등 보다 더 심하게 인류에게 해가 된다…”라고 믿어졌다. 저자들이 하는 말이 아니라 1855년에 New Orleans Medical Journal의 편집장이 한 말이다. 물론 매독도 자위에 의하여 발생한다고 믿어졌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을 이해한다면 1870년경의 미국 상류사회 부모는 “수백가지의 병들을 예방하기 위하여” 자위 행위를 없애기 위해 어떤 대가도 치룰 각오가 되어 있었을 것이라는 것을 짐작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이 시기의 중요한 발전은 1850년경에 마취약의 발견으로 인하여 수술이 이전보다 훨씬 더 널리 퍼졌고 여러 가지 병들을 수술로써 치유하려는 노력이 가중되었다는 것이다.

또 한가지 중요한 것은 유럽으로부터 유대인들이 대대적으로 이민하여 왔다는 점이다. 특히 1850-1900년에는 유대인들의 수가 급증하였다. 그러다 보니 유대인 병원도 생겼고 많은 유대인들이 의학계로 진출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일반 의사들도 유대인들의 할례 풍습에 대하여 좀더 자세히 알게 된다.

이러한 배경으로부터 비종교적인 포경수술이 1870년을 전후하여 시작되게 되는데 주로 상류사회에서 자위 행위를 포경수술을 통하여 없앨 수 있다는 믿음으로부터 행하여졌다. 같은 목적으로 고환을 잘라 내거나 성기의 끝을 잘라 내는 것에 비하면 훨씬 더 온건한 방법이라고 생각된 것이었다.

그러다가 1880년대에는 또 다른 요건들이 비종교적 포경수술을 더욱 더 널리 퍼지게 하였다. 1884년 미국의 한 연구에서는 유대인들의 매독 감염 비율이 일반인들보다 낮다는 것이 보고되었고 이러한 경향이 포경수술의 유무와 연관지어졌다. 1880년대의 미국은 매독 공포증에 시달리던 사회적 분위기가 있었다. 그런 분위기에서 매독 예방법이 발견되었다고 생각된 것이고, 그것이 바로 포경수술이었다.

이와 같이 미국의 포경수술은 성에 대한 공포와 성을 최대한 억압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시작되었다. 특히 자위 행위는 만병의 근원으로 여겨졌으며 자위 행위를 방지하려는 목적으로 포경수술이 널리 퍼지게 되었다. 재미있는 것은 유럽이나 다른 영어 문화권 국가에 비하여 미국은 자위 행위에 대한 공포감이 더 심했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1940년대까지도 포경수술이 자위 행위를 억제할 수 있다는 것이 미국 심리학, 의학 교과서에 실려 있었다. 이러한 점은 최소한 포경수술에 대한 믿음에 있어서는 미국 의학이 다른 영어 문화권이나 유럽보다 훨씬 더 뒤떨어져 있었음을 보여준다.

이 점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바로 “구멍 수술 협회” (Orificial Surgical Society)라는 재미있는 단체였다. 이 학회는 의심할 여지 없이 미국 의학 역사상 가장 기괴한 단체였다. 1890년에 시카고의 한 병원(Cook Country Hospital)의 의사(Dr. F. H. Pratt)가 설립한 이 단체는 주로 허리 아래의 구멍에 관심을 가졌다. 이들은 포피, 음핵, 항문의 여러 가지 수술에 주된 관심을 보였는데 특히 이들은 항문에 가장 초점을 맞추었다. 이 학회는 1892년부터 1923년까지 학회지를 가지고 있었고 Pratt은 1912년에 1925년까지 출판이 계속되었던 교과서까지 저술하였다.

그 교과서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담고 있었다:

“나는 항문이 얼마나 많은 죄악의 근원인지에 대하여 놀라고 놀랐다.”

“나이에 관계없이 포경수술은 꼭 행하여야 한다.”

이 학회의 회원인 Dr. M. K. Kreider는 척추가 휜 것을 고치기 위하여 한 소년을 포경수술 시켰다. 같은 학회의 Dr. Cora Smith Eaton은 두통을 치유하기 위하여 포경수술을 시켰다. Dr. C. B. Walls는 히프의 관절염 (hip joint disease) 을 치유하기 위하여 포경수술을 하였으며 유대인들은 이러한 병이 없다는 것을 자기 학설의 근거로 삼았다. 최근에 우리 나라에서도 문제가 되었던 “자가포경수술기구”는 실상 1910년에 ‘미국 의학 협회지’에 발표된 한 논문에 기인한다. 이 논문은 포경수술 클램프(clamp)를 소개하면서 남성이나 여성이나 할 것 없이 집에서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미국 포경수술이 1870년경에 시작되었다고 본다면 시작된지 80여년간 거의 아무도 이 풍습에 대한 반론을 제기하지 않았다. 1950년대가 되어서야 가끔 포경수술에 대한 의학적 반론이 시작되는데 그나마 타임지에 나온 “포경수술과 자궁암의 관계” 등의 또 다른 포경수술 찬성론에 밀려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하였다. 그러다가 최근에 와서는 미국 일반 대중도 “일본이나 유럽은 포경수술을 안 하는데도 잘 살고 있다”라는 것을 인식하게 되고 또한 포경수술을 반대하는 많은 의사, 단체들이 생기면서 상당히 급격히 줄고 있다.

중요한 시점 두 가지를 잡자면, 1980년에 출판된 Wallerstein의 “포경수술: 미국 의학의 큰 실수” (Circumcision: An American Health Fallacy)라는 책을 들 수 있다. 이 책은 유대인에 의하여 쓰여졌기 때문에 오히려 좋은 반응을 받았으며 이 책 때문에 포경수술 반대에 일생을 바치는 운동가들이 생겨나게 된다. 유명한 사람으로는 “포경수술에 반대하는 의사협회”(Doctors Opposing Circumcision; D.O.C)의 회장인 George C. Denniston 박사를 들 수 있으며, 또한 NOCIRC (National Organization for Circumcision Information Resource Center)를 이끄는 Marilyn Milos 여사를 들 수 있다. 이들의 노력으로 1980년에 약 85%로 정점을 이루었던 미국의 신생아 포경수술은 1999년 현재 약 55%로 추정되고 있다. 즉 1년에 약 1.5% 정도의 비율로 포경수술이 줄고 있는 것이다. 1870년대부터 지금까지 연도별로 추정한, 신생아를 기준으로 한 포경수술 비율은 다음과 같다.

(아래 그림)

<span style=”margin: 50pt;”><strong>연도     포경수술 비율</strong></span>

<span style=”margin: 50pt;”>1870      5%

<span style=”margin: 50pt;”>1880     10%

<span style=”margin: 50pt;”>1890     15%

<span style=”margin: 50pt;”>1900     25%

<span style=”margin: 50pt;”>1910     35%

<span style=”margin: 50pt;”>1920     50%

<span style=”margin: 50pt;”>1930     55%

<span style=”margin: 50pt;”>1940     60%

<span style=”margin: 50pt;”>1950     70%

<span style=”margin: 50pt;”>1960     75%

<span style=”margin: 50pt;”>1970     80%

<span style=”margin: 50pt;”>1980     85%

<span style=”margin: 50pt;”>1990     70%

<span style=”margin: 50pt;”>1999     55%</sp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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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서 중요한 점은 미국의 경우 절대다수의 포경수술은 신생아 때 이루어지고 나이 들어서 포경수술을 받는 예는 거의 없으므로 실제 전체 인구에 대비한 포경수술 비율은 위의 그래프보다 훨씬 더 낮을 것이라는 점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신생아 포경수술”이라는 말을 잘못 이해해서는 안 된다. 미국의 경우 신생아 때 포경수술을 받지 않을 경우 커서 포경수술을 받는 경우는 유럽의 전체 포경수술 비율과 비슷한 약 0.3-1%정도이다. 이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일부 우리 나라 의사들은 미국에서 신생아 포경수술이 현재 줄고 있는 현상을 잘못 번역해서 “그러니까 초등학교 때 해야 한다”등으로 잘못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단순한 무지에 의한 것으로 사료되며 결코 알고서 대중을 기만하려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결론적으로 미국의 포경수술은 1870년경에 시작되어 1980년까지 증가추세에 있다가 1980년을 정점으로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포경수술은 원래 자위 행위등의 제반 섹스가 정신적, 육체적 건강에 매우 좋지 않다는 믿음에서 출발하였으며 최근 20년간은 유럽이나 다른 나라의 추세가 일반적으로 알려지면서, 또한 많은 의사 및 의료 관계자, 일반인들의 노력으로 빠른 속도로 감소하고 있다. 최근에 줄고 있는 미국의 신생아 포경수술을 초등학교나 청소년기에 포경수술을 하라는 식으로 잘못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특히 1999년 3월 1일자 미국 소아과 의사 협회(AAP; American Academy of Pediatrics)에서는 포경수술에 의학적인 근거가 없다는 쪽으로 결론을 내림에 따라 미국의 포경수술은 더욱 더 빠른 속도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 보고서 후에 인터넷을 통하여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응답자의 35%만이 아들을 포경수술 시키겠다고 응답한 것은 이러한 추세를 잘 반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