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경수술과 섹스

포경수술과 섹스

 

최근 영국 비뇨기 학회지에 나온 연구 결과에 따르면 포경수술을 하지 않은 남성의 평균 성교 시간은 약 15분이며, 포경수술을 한 남성의 경우 약 10분 정도가 평균 성교 시간이라고 한다.  반면에 최근 미국 시카고에서 나온 연구결과에 따르면, 포경수술을 한 남성들이 나이가 들은 후에는 성적 문제가 적다는 결과도 있었다. 이와 같이 포경수술과 섹스는 매우 여러 가지 학설/낭설이 존재하나 결론이 난 것은 하나도 없다. 연구진의 생각으로는 사실 큰 차이가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우리 나라에서는 언제부터인가 포경수술이 일종의 정력제로 인식되어 왔다. 포경수술을 하지 않으면 조루증에 걸릴 확률이 많고, 성교시간이 짧고 등등의 인식이 그것이다. 게다가 포경수술이 성기를 크게 할 수 있다는 등의 믿음도 많이 퍼져 있다. 심지어 90년대에 쓰여진 교과서나 백과사전, 신문, 인터넷 사이트에서조차 이러한 믿음은 널리 퍼져 있다. 예를 들면 우리 나라 주요 백과 사전의 하나인 “파스칼 세계 백과사전”에서는 ‘조루증이면 포경수술을 해야한다’라는 식의 구절이 있다. 우리나라 어떤 교과서에는 유대인의 정력이 강해서 성교 시간이 얼마나 긴가 하는 것으로 유대인의 여부를 가려내었다는 이야기도 나와 있다. 우리 나라 많은 사람들에게는, 교육의 정도에 관계없이 이러한 관념이 뿌리깊게 박혀 있는 것이다. 반면에 최근판 대영백과사전은 다음과 같이 포경수술을 기술하고 있다: “… 포경수술은 이슬람 및 유대교의 종교의식이며 비종교적 포경수술은 영어 문화권, 특히 미국에서 많이 행하여졌었다. 그러나 미국에서조차도 현재 포경수술 비율은 상당히 줄고 있다…” 이와 같이 대영백과사전에서는 우리나라의 백과사전과는 달리 포경수술과 정력의 관계에 대한 어떤 언급도 없다. 우리나라가 포경수술을 한다는 것 자체도 대영백과사전의 저자들은 모르고 있다. 포경수술과 정력의 관계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은 어떻게 변천되어 왔으며 우리 나라에서의 포경수술과 정력과의 관계에 대한 여러 가지 믿음들은 어디서 어떻게 비롯된 것일까?

포경수술이 유대인의 종교의식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은 이미 말한 바 있다. 그렇다면 유대인 자신들은 포경수술과 섹스의 관계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이것에 대하여 깊게 다루기 전에 저자들의 친구인 유대계 미국인 과학자 키쓰 왈트 (Keith Wald) 박사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저자: “키쓰, 유대인들이 포경수술을 해서 정력이 강하다고 믿는 한국인들이 상당수 있다. 유대인들은 섹스와 포경수술의 관계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느냐?”

키쓰 왈트 박사: “유대인들이 포경수술을 해서 정력이 좋다고? 금시 초문이다. 포경수술은 종교적 의식일 뿐 정력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다. 미국에서 남성미가 없기로 유명한 것이 유대인이다. 공부벌레, 운동 못하고, 성적 매력이 없고 등등이 유대인에 대한 전형적인 이미지이다. 그래서 적어도 미국에서는 유대인들이 이 점에 관하여 콤플렉스가 많다. 나도 한국으로 이주해야겠다! 유대인이 성적 능력이 뛰어나다고! 그것도 포경수술 때문에… 나는 너무 기쁘다.”

역사적으로 세계 포경수술과 섹스에 관한 문헌을 조사해보자. 우선  12세기 유명한 유대인 라비이자 의사인 Moses Maimonides의 견해를 보자. Moses Maimonides는 유대교에 있어서는 기독교의 토마스 아퀴나스와 같은 역할을 한 사람으로서 유대교에서 가장 유명한 라비의 한 사람이다. 이 사람은 포경수술이 정력을 감소시키며 섹스는 적게 할수록 좋다고 믿었기 때문에 포경수술을 권장하였다. 무슨 말인가 하면 우리와는 생각과 목적이 정반대에 있었다는 점이다! 그는 또한 유대인 여성이 포경수술을 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남성과 성교를 하면 섹스의 즐거움을 알게 되어 다시는 유대 남성에게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하였다. 즉 유대인이면서도 섹스에 있어서는 자연 그대로의 남성들이 더 우월하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다. 19세기 빅토리아 시대의 영어 문화권에서는 섹스, 자위는 나쁜 것이며 섹스는 적게 할수록 좋다는 믿음이 팽배하였다. 이러다보니 역시 정력약화, 자위 횟수 감소를 위하여 포경수술이 권장되었다.

반면에 19세기 미국 의사인 Jacobus Sutor는 포경수술을 한 흑인들이 정력이 좋다고 하면서 그 이유로 이들이 포경수술을 했다는 점을 들었다. 반대로 또 어떤 의사는 포경수술을 하지 않은 흑인들이 정력이 좋다고 하면서 따라서 정력을 감퇴시키기 위하여 포경수술을 권장하였다. 물론 이러한 흑인에 관계된 설들은 모두 인종차별적인 것이다. 약 25년 전에 미국에서 포경수술이 정력을 증강시킨다고 말한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익명으로 포경수술을 한 후에 사정을 자기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었다고 주장하였다. 어떤 사람은 또 포경수술을 한 후의 섹스는 마치 색맹이 된 것과 같이 재미가 없다고 한탄하였다. 분명한 것은 외국에서는 포경수술은 정력을 증가시킨다고 믿은 사회 일부가 있는 반면에, 역사적으로 보면 포경수술이 정력을 감소시킨다는 설이 오히려 더 우세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다양한 설 중에 정력강화 설이 한국에서는 뿌리를 내린 것이다.

포경수술과 섹스에 대한 좀 더 정확한 데이터를 얻기 위하여서는 과학적인 연구가 선행되어야 한다. 포경수술과 섹스에 관하여 가장 처음으로 그나마 과학적인 방법으로 연구한 것은 미국의 Masters and Johnson이었다. 그들은 1966년 보고서에서 자연 그대로의 남성과 포경수술을 한 남성의 섹스 민감도에 차이가 없다는 것을 소수의 남성을 대상으로 조사하여 발표한 것이다. 반면에 최근에 미국의 Laumann 등이 연구한 바에 따르면 포경수술을 한 남성들이 자연 그대로의 남성들보다 이성 및 동성과 오랄 섹스 및 항문 섹스를 “즐길” 확률이 더 높다는 결과가 있었다. 또한 포경수술을 한 남성들이 오히려 더 자위행위 빈도수가 높았다. 이 결과는 자위를 줄이기 위하여 19세기 빅토리아 시대의 미국 및 영국에서 포경수술을 시작하였던 것을 상기하면 매우 흥미롭다.  포경수술을 시킨 수컷 쥐는 성교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가진다는 결과도 있어 재미있다. 예를 들면 포경수술을 한 쥐들은 발기하는 데 더 어려움을 겪었으며 삽입에서도 그러하였다 []. 물론 이 결과를 사람에게 직접 적용할 수 없음은 물론이다. 문제는 포경수술과 섹스에 대한 여러 가지 다양한 믿음들이 주로 남성들로부터 나왔으며 Masters and Johnson과 같은 몇 개 되지 않는 연구들도 남성을 대상으로 연구되었다는 점이다.

반면에 최근에 영국비뇨기학회지 (British Journal of Urology) 포경수술 특집호에서는 미국 연구진이 상당히 신빙성 있는 방법으로 포경수술과 섹스와의 관계를 조사해서 흥미롭다. 이 논문에서는 포경수술을 한 남성과 자연 그대로의 남성들과 모두 섹스를 해본, 다시 말하면 ‘경험이 많은’ (평균 약 12명의 남성과 성교함) 139명의 여성들을 조사하였다. 즉 여성들에게 남성을 평가하게 한 것이다. 결론은 자연 그대로의 남성이 조루(이 연구에서는 삽입 후 2-3분 내에 사정하는 것으로 정의)도 훨씬 적고 여성들의 반응에 더 민감하며 여성들에게 성적 만족을 더 줄 수 있었다고 한다. 즉 이 조사에 의하면 미국 여성들은 포경수술을 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남성들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포경수술 비율이 미국에서도 최근에 많이 줄고 있다는 사실과 관계가 있을 수도 있다. 미국의 포경수술 결정은 신생아 때에 이루어지며 주로 어머니에 의한 것이기 때문이다.

좀더 정량적으로 살펴보면, 평균성교시간은 포경수술을 한 남성이 평균 10.72분, 포경수술을 하지 않은 남성이 평균 14.85분이었다. 이것은 포경수술을 한 남성들이 조루일 확률이 더 높다는 결과와도 일치한다. 성교 중 오르가즘을 느낄 확률은 포경수술을 한 남성과 섹스를 한 경우 34.7%, 자연 그대로의 남성과 섹스를 한 경우 약 60.6%였다. 반면에 여성이 성교 시 불편함을 느낄 확률은 포경수술을 한 남성과의 성교 경우가 약 2배정도 높았다. 또한 여성들은 심리학적인 면에서 포경수술을 한 남성들과 성교할 때 “친밀감, 정서적 안정” 이 현저히 떨어졌고 반면에 “이용당한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고 기술하였다. 이러한 이유로 연구진은 포경수술을 한 남성들은 성교에 중요한, 포피에 내재된 많은 신경세포들이 제거되었기 때문에 여성의 반응에 민감하지 못하며 섹스를 즐기지 못하기 때문에 되도록 빨리, 여성의 반응에 상관없이 성교를 끝내고 싶어한다는 점을 들고 있다. 게다가 포피 자체에 사정조절능력이 어느 정도 내재되어 있는데 포경수술을 받은 남성의 경우 포피를 완전히 제거함으로써 성교 시간도 평균적으로 짧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하여 여성들은 포경수술을 한 남성들과 성교할 때는 원활하고 즐거운 성교에 필수적인 체내 분비물이 잘 분비되지 않아서 심한 마찰에 의한 즐거움의 감소를 호소하였다. 이 논문에 따르면 포피가 있음으로서 여성의 질내 분비물이 촉진되고 따라서 원만한 성생활에 도움을 주는 반면에 포경수술을 한 남성의 경우 이러한 면에서 자연 그대로의 남성보다 여성에게 성적 만족을 주기가 더 어렵다는 것이다. 상기한 연구 결과는 최초로 여성을 상대로 성교 상대인 남성을 “채점”하라고 한 것이기 때문에 지금까지의 어떤 연구결과보다도 더 신빙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섹스는 개인차가 워낙 크기 때문에 개인을 놓고 보았을 때에는 섣불리 결론을 내려서는 안될 것이다.

문제는 우리가 포경수술을 받아들인 미국에서조차 포경수술이 정력을 강화시킨다는 설은 매우 소수만이 주장하였다는 점에 있고 지금은 아무도 그것을 믿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또한 그 반대의 설이 점점 우세해지고 있는 것이다. 즉 포경수술은 섹스에 좋지 않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이제는 믿게 된 것이다. 그러면 우리 나라는 어떤 연유로 1975년에 어떤 익명의 미국 의사가 툭 내뱉은 말, 19세기의 자칭 섹스 전문가였던 Dr. Sutor가 주장하였던 포경수술이 정력을 증강시킨다는 말을 믿게 된 것일까? 우리 자신의 아무런 연구도 없이… 이것은 매우 재미있는 질문이 아닐 수 없다. 분명히 이러한 믿음은 우리 나라가 최단 시간 내에 세계 최대의 포경수술 대국이 되는데 단단히 한몫 한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물음에 대한 답은 매우 복잡할 것이며 아마도 영원히 정확한 해답이 안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저자들이 본 필리핀 남성들을 예로 들면 아마도 해답의 일부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잘 아는 바와 같이 필리핀은 미국의 식민지였으며 미국에 있는 필리핀 여성들은 아직도 백인 남성을 좋아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다 보니 필리핀 남성들은 예전부터 미국, 특히 백인 남성들에 대한 미묘한 열등감이 있으며 이러한 열등감은 성기에 대한 열등감으로까지 확대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실제로 저자들은 필리핀 남성들의 포경수술에 의한 “성기확대”에 대한 미신이 우리보다도 훨씬 강한 예가 많은 것을 보았다. 이러한 “미국인에 대한 성기 열등감”은 필리핀을 또 하나의 포경수술 대국으로 만들었다.

우리 나라는 과연 그렇지 않다고 할 수 있을까? 우리 나라 역시 해방 이후 군정부터 시작하여 6. 25 동란을 거치면서 미국을 일종의 “전능자”로 보는 경향이 많이 있었다. 사실을 말하면 아직도 그렇다. 학생들이 무슨 문제만 나면 미국의 잘못이며 미국 제국주의를 운운하는 것은 거꾸로 말하면 미국이 그만큼, 실제 이상으로 힘이 세다라고 믿는 것을 드러내는 것이다. 이러한 경향과 알지 못할 열등감이 다음과 같은 어처구니없는 공식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을까?

(1) 미국인은 무엇이든지 우리보다 우월하다.

(2) 따라서 성기도, 정력도 그러할 것이다.

(3) 미국인, 특히 많은 백인들은 포경수술을 했다.

(4) 포경수술을 한 미국 백인들이 정력이 강한 것은 포경수술 때문인지도 모른다.

(5) 따라서 우리도 포경수술을 해야 한다.

만약 그렇다면 이러한 생각은 당장 지금부터 없애야 한다. 세상에서 가장 조루가 많고, 성병이 많고, 섹스에 관한 문제점이 많은 남성들이 밀집해 있는 것이 미국이며 그것은 미국인 자신들이 인정한다. 우리는 성에 관하여 미국에 대한 열등감을 느낄 하등의 이유가 없다. 포경수술과 정력을 연관지으려 하는 것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말도 안되며 포복절도할 일이다. 이미 미국의 포경수술이 급격히 줄고 있는데 우리는 아직도 세계 최고의 포경수술 대국이라는 불명예를 못 벗고 있다. 제발 포경수술이 정력에 좋다는 이야기는 그만 했으면 한다. 많은 경우 미국 여성들은 미국 남성에 비하여 유럽 남성이나 남아메리카 남성들을 선호하는 것을 보는데 이것이 포경수술의 유무와  관계가 없으리라는  법도 없다. 실제로 미국 여성중 성적 경험이 많은 여성들의 경우 미국 남성들에 대하여 일반적으로 “몸이 뻣뻣하다”는 평을 하는 것을 본적이 있다. 그리고 이슬람교도들이나 유대인들이 사랑의 상대자로서는 그리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다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느새 마구잡이 포경수술을 함으로써 정력이 강화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 조상보다도 정력이 약화되었으며 여성들에게 주는 만족도에 있어서도 오히려 열등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다시 말하지만, 포경수술과 섹스에 관하여 이야기할 때는 개인차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포경수술로 인한 어떤 차이보다도 더 큰 영향을 주는 것은 유전적, 심리적인 요소를 포함한 개인차일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포경수술이 섹스에 좋다는 이야기는 어불성설인 것이며 어떤 면에서는 모르는 사이에 우리 조상들을 욕되게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