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상식

대중 매체에 나타난 포경수술에 대한 잘못된 상식

(영국비뇨기학회지 발표논문 중 발췌)

현시점에서 저자들이 아는 한 한국인 연구자에 의한 포경수술에 관한 연구가 국제학술지에 발표된 예는 없다 (본 운영자들이 영국 비뇨기학회에 발표한 것을 빼고는 말이다). 한국 학술잡지에도 포경수술에 대한 연구가 게재된 적은 거의 없다. 따라서 저자들은 학술지가 아닌 신문, 백과사전, 인터넷, 교과서등에 있는 자료를 토대로 한국 의사들의 포경수술에 대한 태도를 짐작할 수 밖에 없다. 물론 이러한 자료들이 대다수의 한국 의사들을 대변한다고는 볼 수 없다. 하지만 이러한 자료들은 일반인들의 포경수술에 대한 태도나 지식(또는 그 지식의 부재)의 근거나 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상기 발표논문의 참고 문헌 [6]에 나타나 있는 잘못된 태도는 의사들에 의한 비학술적인 글들에 관한한 별로 바뀌지 않았다. 즉 포경(phimosis)을 지닌 극소수의 남성과 대다수의 정상적인 남성을 모두 한데 묶어서 “비정상적이고 너무 긴 포피를 지녔으며 따라서 포경수술이 필요하다”라는 인상을 주는 데에는 별 변화가 없는 듯하다. 따라서 대부분의 자료들은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거의 모든 남성은 포경수술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강하게 주장하거나 암시하고 있다. 이것은 대부분의 경우 포경수술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은 던지지도 않은 채 언제 해야 하는가만을 제기하는 것만 보아도 확연하다. 한 예를 들면 잘 알려진 교과서 (BJU article reference [12])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포경 또는 과장포피(포경이 없지만 긴 포피)를 가진 사람은 (1) 음경암에 걸리기 쉽고 (2) 여러 가지 성병에 걸릴 확률이 높으며 (3) 냄새가 고약하고 (4) 조루하는 경향이 있다.

위에 나타난 설들은 예전에는 미국에서 부분적으로나마 믿어졌던 것들이다. 암에 관한 이야기는 물론 미국 암 의학회에서는 근거가 전혀 없는 것으로 판명이 나기는 하였지만 [7] 아직도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반면에 조루에 관한 이야기는 미국에서는 현재 전혀 언급될 가치조차 없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반면에 남한에서는 위의 교과서에서도 볼 수 있듯이 포경수술이 정력을 증강시킨다는 설이 일반 대중뿐 아니라 의료계에도 상당히 널리 퍼져 있는 듯하다.

어떤 남한의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아무런 참고문헌 없이 (참고문헌의 부재는 포경수술에 관한 한 남한의 모든 글들에 적용된다) “한국인은 거의 다 포경수술의 대상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같은 사이트는 다시 “반드시 어떤 정해진 나이에 포경수술을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도 말한다. 또 다른, 청소년에게 성교육을 하는 유명한 사이트[13]는 “비뇨기과에서는 12-14세가 포경수술의 적기라고 인식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이러한 이야기 역시 과연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가가 전혀 나와 있지 않다. 즉 참고 문헌의 부재라는 말이다. 또 다른 인터넷 사이트[14]에서는 “자기네 반 아이들이 다 했다고 해서 심리적 압박을 받거나 한다면 수술을 해주는 것이 좋다”라고 말한다. 유명한 한국의 한 백과사전은 “조루인 경우 포경수술을 해야 한다”라고 말한다. 반면에 대영 백과 사전에서는 포경수술은 종교적 이유로 하고 있으며 예외적인 미국에서도 지금은 포경수술이 줄고 있다”라고 말한다.

이 시점에서 남한의 주요 일간지에 나오는 포경수술에 관한 기사들의 제목만이라도 훑어 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 이러한 기사들이 남한 의료계의 일반적 입장을 대변하지는 않을지 모르지만 이들이 일반 대중에게 끼치는 영향은, 특히 제대로 된 학술적인 연구가 전무한 상태에서 지대하므로 조사의 가치가 충분히 있다. 또한 이러한 조사는 왜 남한 남성들이 포경수술을 행하는가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이제 이러한 많은 기사 중 몇 개만 무작위적으로 추려보면:

(1) 포경수술 12살 전후 적당 (한겨레 신문 6월 16일, 1997; 이 신문은 민족주의를 표방한다!)

(2) 치아교정, 포경수술, 점, 여드름/겨울방학 치료 적기 (동아일보 12월 21일, 1996년)

(3) 최고령 포경수술환자 (국민일보, 9월 24일, 1996)  (이글에서는 어떤 의사가 70대 노인에게 포경수술을 해주었다는 이야기가 나와 있다. 이 노인은 병들어 누었을 경우 자식들을 위하여 자기 몸이 깨끗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포경수술을 받았고 의사는 효도하는 기분으로 해주었다고 한다).

(4) 자가포경수술기 “위험천만” (세계일보 8월 15일, 1996)

(5) 포경수술/출생 직후냐 사춘기때냐/의학계 바람직한 시기 싸고 양론 (세계일보, 8월 12일, 1995).

“조루증”이라는 제목의 재미있는 기사는 “포경이나 과장포피는 조루증을 부른다”라고 하고 있다. “자궁암은 환경암, 청결이 최선이다”라는 기사에서는(경향신문 10월 9일, 1995) 포경수술을 안한 남성과 성관계를 하면 자궁암의 발생율이 높아지기 때문에 “남성은 결혼 전에 포경수술을 꼭 받아야 한다”라고 적고 있다. 그래도 상당히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는 최근의 교과서에서는 “모든 남성이 포경수술을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되어 있다. 이러한 기사들로 미루어 볼 때 현재 남한에서는 포경수술을 받아야 하느냐 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언제 받아야 하는 것이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즉 거의 모두의 “전문가”들은 전 국가적인 포경수술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남한의 대중과 의료계가 지니고 있는 포경수술에 관한 믿음은 예전에 많은 미국인이 가지고 있던 것이거나 현재 일부의 미국인의 지니고 있던 것이라는 사실은 명확하다. 재미있는 사실은 왜 현재 한국에서는 “전문가”의 조언에 의하여 포경수술이 10대에 주로 행하여 지는가 하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언제나 포경수술에 대한 결정이 주로 신생아일 때 이루어졌었다. 남한에 포경수술이 시작될 때는 주로 성인들이 그 대상이었다. 따라서 단순한 관성에 의한 것일 수도 있다.

최근에 많은 한국인 의사들은 12살 전후에 포경수술을 권한다. 이것은 재미있게도 단순한 번역의 잘못에서 나온 결론일 수도 있다. 최근에 미국에서는 신생아도 고통을 느끼기 때문에 포경수술을 할 경우 국소 마취제가 사용되어야 한다는 연구결과가 많이 나왔다. 한국 의사들이 신문에 신생아 때가 아닌 사춘기 전후에 포경수술을 행하여야 한다고 쓸 때 많은 경우는 이러한 미국의 연구를 언급한다. 아마도 이것은 미국에서 말하는 “신생아 포경수술”(neonatal circumcision)이라는 단어를 잘못 이해하기 때문이라고 보여진다. 즉 미국에서는 신생아 이후에 포경수술을 하는 예가 거의 없기  때문에 “신생아 포경수술”의 감소라는 말은 포경수술이 전반적으로 감소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에 한국남성 대부분이 포경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거나 포경수술이 세계적으로 극히 일부분에서만 행해진다는 것을 모르는 일부 남한 의사들의 입장에서 볼 때는 “신생아 포경수술”의 감소는 곧 그 이후에 언제인가 포경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하는 것이 충분한 개연성이 있는 것이다. 한 예를 보면 어떤 신문에서 한 비뇨기과 의사는 “최근에 미국에서도 신생아도 고통을 느낀다는 연구 때문에 신생아의 포경수술은 줄어들고 있어서 약 60%정도만이 포경수술을 받는다”라고 하고 있다. 그는 그러나 계속해서 사춘기 때의 포경수술을 권하고 있다! 이것을 볼 때 최소한 이 의사는 미국의 상황을 잘못 번역하고 있는 것이 확실하며 이것은 포경수술의 지리적, 문화적, 역사적 사실이나 현 상황조차도 전혀 파악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BJU article reference

[1] The Complete Book of Pregnancy and Childbirth by  S. Kitzinger (Alfred A. Knopf, New York, 1996).

[2] Circumcision:   An American Health Fallacy by E. Wallerstein  (Springer Publishing Company, New York, 1980).

[3]  M.  F.  Milos,  “Circumcision: A medical or Human Right Issue?” Journal of Nurse-Midwifery, 37, 85S (1992).

[4] Dr. P. Y. Yu, Dr. T. Ishihara, Dr. I. Brener and Dr. W. Shan, private correspondences.

[5] H. Kayaba,  H. Tamura, S.  Kitajima, Y.  Fujiwara, T. Kato  and T.  Kato, “Analysis of shape and retractability of the prepuce in 603 Japanese boys”, J. Urology 156, 1813 (1996).

[6] K. M. Jung, “A Study on the Foreskin and Circumcision of the Penis of Korean Male” Korean Journal of Public Health 8, 369 (1971).

[7] Position of the American Cancer Society, published in Feb. 16, 1996, signed by H. Shingleton and C. W. Heath, Jr. See also http://www.fathermag.com/htmlmodules/circ/xacs.html

[8] Human Sexuality, an encyclopedia edited by V. L.  Bullough and B.  Bullough (Garland Pub., Inc., New York and London, 1994).

[9] R. Stuart, in http://www.rrz.uni-hamberg.de/fo-pl/re_oster.html

[10] G. C. Denniston, “Unnecessary Circumcision”, The Female Patient, 17, 13 (1992).

[11] E. J. Pienkos, “Circumcision at the 121st Evacuation Hospital: Report of a Questionnaire with Cross-Cultural Observations”, Military Medicine 154, 169 (1989).

[12] Andrology by H. Y. Lee (Seoul National University Press, 1987).

[13] http://edunet.nmc.nm.kr/adviso/cd/cd01025.htm

[14] http://kidnet.chosun.com/contest/1110/cagi/main/q9/q9.htm

[15] Urology by J. O.  Lee, S. J. Lee, J.  M. Lee, S. K. Ko,  S. E. Chae, H. Choi,  and E. S. Lee, (Koryo Medical Press 1996)